1편에서 비타민 C의 항산화 작용의 기전을 논하고 암세포의 파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가설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비타민 C를 섭취해야 의미가 있을까요? 과연 비타민 C는 암을 예방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암 환자에서는 비타민 C가 암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만약 치료를 못 한다면, 왜 많은 진행 암에서 고용량 비타민 C를 즐겨 사용하는 것일까요?
본문 내용은 폴란드 Lodz 대학병원의 완화의료, 종양 전공 Anna Zasowska-Nowak의 Nutrients지에 게재된 리뷰 "High-Dose Vitamin C in Advanced-Stage Cancer Patients"와, 독일 Jena 대학병원의 혈액종양 전공 Catalina Hoppe의 Cancer research and clinical oncology지에 게재된 리뷰 "Clinical efficacy and safety of oral and intravenous vitamin C use in patients with malignant diseases"를, 그리고 칠레 UCSC 의과대학의 의생명학 전공 Lorena Mardones의 Antioxidants지에 게재된 문헌고찰 "The Role of Vitamin C in Cancer Prevention and Therapy: A Literature Review"를 기본적으로 참고했습니다.
어떤 물질이 체내에서 작용하려면 세 단계를 항상 거칩니다. '흡수/분포 → 대사/작용 → 배설'입니다. 첫 단계 흡수가 잘 안 되면 아무리 많이 복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 A를 섭취하고자 당근을 먹을 땐 기름에 약간 볶아 먹는 게 지용성인 비타민 A가 당근 조직에서 잘 나오기 때문에 흡수하기 좋은 식입니다. 비타민 C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용성 물질입니다. 그래서 보통 과일에 들어 있는 채로 먹으면 부족할 일 없이 살 수 있습니다. 1편에 서술한 비타민 C의 항산화 작용은 생리적 농도, 즉 일반적으로 섭취할 때의 농도에서도 잘 일어나는 것들도 있으나, 암 같은 '매우 이상한 질병 경과'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농도 달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암환자는 암 자체 또는 수술이나 항암/방사선치료 등의 부작용 등으로 입으로 잘 섭취하기 힘들고, 마찬가지 이유로 위장관의 흡수 면적이 감소해 흡수율도 떨어집니다. 또한 암환자에서는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 정도가 더 높아, 전자를 공여하는 아스코르브산염의 소모가 더 큽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암환자에서 비타민 C 결핍증과 심각한 결핍증의 비율이 명백하게 높습니다.
비타민 C의 섭취 방법이 혈중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Cameron 등의 연구와 메이요 연구의 상반된 결과에서 처음 시사되었습니다. 전자에서는 비타민 C 주사 제제로 하루에 10g을 투여했을 때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메이요의 이중맹검 위약 대조 비타민 C 경구 연구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경구(입으로 먹는)와 주사 제제라는 투약 방법이, 생체이용률과 최종적으로 혈중 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비타민 C를 음식을 통해 섭취하면, 하루 100mg 섭취 시 기저 혈중 농도가 50~60 µmol/L를 기록하고 10배인 1,000mg 섭취 시 70~85 µmol/L, 2,500mg에서도 80~90 µmol/L로, 경구 투여 시 최대 100 µmol/L가 한계였습니다. 이는 백혈구(호중구, 단핵구, 림프구) 세포 내 실험에서도 하루 100mg 섭취 이상에서 세포 내 농도가 더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주사 제제 비타민 C(IVC)는 같은 용량에서 더 높은 농도를 달성하며 최종적으로 수 십배 더 높은 순간 혈중 농도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주사 비타민 C는 SVCT1을 우회하여 1,250mg에서 경구 투여보다 6.5배 높은 농도를 달성했습니다. 약동학적 모델 예측 연구에서는 경구로 견딜 수 있는 최대 용량(4시간마다 3g)에서 220 µmol/L로 예측되는 반면 주사로 한 번 50~100g 투약 시 13,350 µmol/L를 달성한다고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신장 제거 반감기가 2시간인 탓에 순간 농도에 불과합니다. 암환자에서는 0.1~3.0g/LBW(kg)에서 최대 혈중 농도가 2,000~37,000 µmol/L로 기록됩니다. 즉 비타민 C의 여러 효과를 최대한 취하기 위해서는 주사 제제가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타민 C 결핍증의 예방은 경구 제제, 즉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유럽과 북미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집단에서 50%까지 기준(23 µmol/L) 이하의 비타민 C 혈중 농도가 확인되었습니다. 비타민 C가 부족하면 피로, 위약, 상처 회복 지연, 반상 출혈, 노인성 건조증, 하지 부종, 근골격계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타민 C 결핍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품을 통해 일일 성인 남성은 90mg, 여성은 75mg의 섭취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 권고는 체중 보정이 필요하다거나, 목표를 혈중 농도 70 µmol/L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있습니다.
어떤 암세포는 SVCT2나 GLUT1의 발현이 증가하여 비타민 C를 더 많이 흡수한다고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GLUT1의 발현을 이용해서 시행하는 암 검사가 18F-FDG를 사용하는 PET입니다. 아스코르브산은 이 GLUT1을 통과할 때 세포 내부에서 산화 촉진제로써 기능하여, 암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킵니다. SVCT2는 유방암 등에서 높게 발현되기도 하는데, 주로 미토콘드리아(사립체) 단계에서 나타납니다. 같은 연구에서 메가도즈(mega-dose) 비타민 C (0.5mM)가 SVCT2가 높게 발현된 간암의 줄기세포를 사멸시키는 등 긍정적 결과가 많은 연구에서 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유방암의 호르몬 치료인 타목시펜의 작용을 방해한다는 연구 등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고용량 주사 비타민 C(IVC)가 진행 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의 효율성을 증가시킨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는 상태입니다.
세포 수준의 연구에서는 다양한 기전으로 비타민 C가 암을 사멸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많은 메타 분석 연구들에 따르면 식품으로 섭취한 비타민 C가 유방암과 폐암에서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합니다. 하지만 멘델 무작위 분석 연구에서는 혈중 비타민 C 농도와 암 발병률과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실제 투약 연구에서는 결과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암의 미세 환경과 건강 상태 등 고려할 것이 매우 많은 상황에서 비타민 C가 과연 실제로 암의 예방에 기여하는지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품으로 섭취한 비타민 C'의 예방 효과는 자연적으로 음식에 존재하는 다른 항산화제인 카로티노이드, 알파-토코페롤 등의 합작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면 비타민 C가 암 치료에는 도움이 될까요?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고용량 비타민 C 주사 요법(IVC)만 사용하는 경우 암이 치료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만약 되는 것이었다면 고통스러운 항암 화학요법을 받을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항암화학요법과 같이 사용할 때 그 독성을 낮출 수 있을까요? 동물 실험에서는 비타민 C가 항산화 효과를 통해, 백혈병이나 폐암, 유방암 등에서 사용하는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MTX)의 간과 신장 조직에 대한 독성 효과를 개선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비타민 C가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을 개선한다는 증거는 아직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대체 왜 암 환자에게 고용량 비타민 C 주사를 사용하는 것일까요? 우선 상기한 대로 암 환자에서는 비타민 C의 최소 요구량도 따라가지 못하는 흡수율을 보일 수 있어 주사 제제가 결핍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비타민 C 결핍증의 증상들은 말기 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증상들과 겹치는데, 적어도 결핍증 증상은 겪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또 특이한 것은 암의 여러 증상 중 암-관련 뼈 통증에서 진통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는데, 그 기전에 대해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며 위약-대조 연구로 효과를 검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암-관련 피로 (Cancer related Fatigue : CRF)는 지속적인 불편감으로, 탈력감, 에너지 고갈, 동기나 관심사의 상실,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등 신체 및 정신 전반에 나타나는 피로감입니다. 이는 암환자의 60~90%가 경험하는데, 암의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근육 조직이 손상되면 근육 위약이 나타나는 식입니다. 또한 항암화학요법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가 똑같이 기능하기도 합니다. 이런 암-관련 피로(CRF)에서 비타민 C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는데, 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항산화 효과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며, 기본적으로 좋은 전신 수행 능력(performance score; PS)을 가진 환자와, 그 증상이 항암요법이 원인인 경우에서 더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비록 위약 효과를 배제할 수 없으나, 환자가 주관적으로 더 개선됨을 경험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다행인 점은 고용량으로 비타민 C를 투여한다고 해서 특별히 심한 부작용이 보고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한 부작용으로는 일시적인 두통, 어지럼증, 구역감, 감기 유사 증상, 일부 실험실 결과 변동(빈혈, 고 나트륨혈증, 고칼슘혈증, 간효소수치 증가, 신장 관련 수치 변화)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 C의 항산화 & 항암 효과의 진실" 1편과 2편을 요약하면, 비타민 C는 항산화 효과가 있으나,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명백하게 기여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암 환자에서 결핍을 예방하고 항암 관련 피로나 뼈 통증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비록 주사를 통해 고용량 투여가 높은 혈중 농도를 달성하여 여러 보호 효과를 기대하게 하나, 식품을 통해 섭취할 때 다른 항산화제인 카로티노이드, 알파-토코페롤 등의 섭취가 동반되어 일부 암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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